본문 바로가기
옛날 일기

2013. 1.

by 린킨박 2022. 11. 4.

독자는 사라지고.

 

-2013. 1. 9.

 

갑자기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힘이 잘 안들어가 불안해졌다.
3번과 4번 척추사이의 디스크판과 연관이 있을거 같다.
 
 
원래 잘 안들어가는건가?
 
-2013. 1. 9.
 
어젯밤 불안해서 발가락을 까딱까딱 거렸더니 아침부터 지금까지 종아리가 심히 땡겨 절뚝절뚝 거렸다.
해야할건 하지 않은채 소설을 읽었는데 더럽게도 재미가 없다.
 
-2013. 1. 9.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해야죠. 열심히 합시다. 열심히 하자. 열심히 해. 열심히 할까. 열심히 할까요. 열심히 하겠습니까. 열심히 했어요. 열심히 했습니까. 열심히 할겁니까. 열심히 할깝쇼. 열심히 하겠는가. 열심히 하죠. 열심히 할랑가. 열심히 하는가. 열심히 하였느냐. 열심히 하겠느냐. 열심히 했느냐. 열심히 해야하나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죠. 열심히 하세. 열심히 하게나. 열심히 하여라. 열심히 할거다.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고 있다. 열심히 해왔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는 말 할 수 없겠으나, 열심히 한다고도 말하기 민망하니,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야하는건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지, 열심히 해 왔다고 할런지 모르기 때문에, 누가 열심히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와 열심히 해야죠 사이에서 열심히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오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이러니 언어 배우는게 ㅈㄹ어려운 거다.
 
-2013. 1. 10.
 
 
곧 눈이 온다지?
쌓여라 쌓여라.
 
-2013. 1. 12.
 
 
벤쿄시마스.
조올라안외워져데스.
뒈지게늙었나봐요네.
이빠이걱정아리마스.
고레카라조올라할까말까데스노데,
아마리안될거야데스요.
 
-2013. 1. 15.
 
 
 
1. 자기가 어떤 상탠지 모르는 때가 많다. "살 빠졌네?"하면 그간 밥을 좀 안먹었나 신경쓰이고, "얼굴 좋아졌네?"하면 내가 누굴 좋아하고 있나 의심하는게 자연스러운거다.

 

자기 기분과 상태의 높낮이를 정확하게 알고 대응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착각이거나, 정말이라면 진즉에 미쳤을거다. 착각하는 사람은 대개 그 변화를 과장하거나, 축소한다. 아마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체로 후자쪽인데 가끔은 전혀 반대로 반응한다. 과장하는 경우엔 말이 많아진다. 다음날 죄책감이 들 정도로.
 
2. 그리고 때때로 스스로 과장하고 그걸 꼭 누군가에게(혹은 뭔가에게) 확인받고 싶어질 때가 있다. "자! 나에게 이상징후가 있으니 알아채라!"라고 비명이라도 지를 것처럼. 하지만 기대는 언제나 무너진다. 남들이보기엔(혹은 뭔가가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미미한 변화일뿐이므로. 그리고 자신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럼, 단지 외로울 뿐인건가? 그럴지도.
 
3. 서두가 길어지는건 버릇이다. 처음엔 이걸...
 
 
 
21.
 
참담하구만...
 
 
 
22.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픈 심정이었지만, 나는 대장장이가 아니라 거짓말만 해온 양치기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본 것이 사실이 아니고, 쓴 것이 내가 아닌데, 아무도 없는 대나무숲에서 혼자 외치는 일이 얼마나 응어리를 풀어줄까도 싶다. 
선후관계를 따져봐야, 아무도 알아줄리 없는 것이다. 이 세계에 사물의 언어, 자연의 진실같은 것은 없다.
아마 나는 의도적이었을 것이다. 내심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원망스러웠다.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에.
 
한동안 계속되던 실어의 나날은 좀 더 오래, 어쩌면 영영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더 참담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비참을 나는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통의 날들이 떠오른다. 한 마디도 내뱉기 어려웠던 시간. 아마 더 명징한 사실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뒤라야 막힌길이라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25.
이제는 인정하라.
주변의 격려와 위로를.
작고 좁을지 모를 음성을.
 
그리고 내가 줄 수 있는 위로와 박수와 눈물을.
혼자 짊어진 짐짝을 '좀 같이들자. 들어줘. 들어줄게. 들어줄까'
 
그리고 듣자.
말을. 글을. 
 
그렇게 대화를.
조금씩 마음을.
 
작은 가슴들을 모아 모아 모아서.
 
맞다, 게보린.

'옛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 3.  (0) 2022.11.04
2013. 2.  (0) 2022.11.04
2012. 12.  (0) 2022.11.04
2012. 11.  (0) 2022.11.04
2012. 10.  (0)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