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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기

2012. 7.

by 린킨박 2022. 11. 4.

1.

가장 많은 불특정다수가 지나가는 (혹은 머물러있는)이런 곳에, 어쩌면 가장 많은 진심(이라고 착각하는)이 가로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서로가 가장 시니컬해질 수 있는 장소에서 사무치는 외로움이나, 건널 수 없는 심연의 고독 같은 걸 남겨두어봤자 '아무도 관심 없겠지' 하고 생각해버려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보아주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그러나 대단히 합리적인) 생각을 어쩌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을 나조차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이라면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이곳을 따라오지 못한다. 
 
2. 
일기란 원칙적으로는 나만 보기 위해서 쓰는 것이지만, 기실은 누군가에게 훔쳐보여지기 위해 씌어진다. 그러나 훔쳐보여진다 해서 훔쳐본 사람이 일기 주인의 마음을 전부 알아채거나, 함께 고민해주는 일이란, 거의 드물며, 불가능하다(그러나 우리는 부모님과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다). 요는 일기란 완전히 패쇄된 공간에서 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러므로 나는 이곳이 완전히 안전하다 느낀다. 누구나 보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으므로.
 
3. 
그러고보면, 이른바 이름난 소셜 네트워크에선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자신이 생각해버리는) 누군가를 걱정, 공감, 분노해주는 사람이 존재해서가 아니라(간혹 있을 수 있다 믿는다. 나는 여전히), 그런 척 해야하는 룰 같은 게 거기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위선(혹은 위악)이 또한 이른바 '사회'를 지탱하는 원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이것은 실망이나 혐오가 아니다. 
 
4.
그러니 이곳은 안전하다. 간혹 있을 위선과 위악조차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모두들 안심해도 좋다. 아무도 당신에게 귀기울이지 않는다(있다 해도 당신 또한 완전히는 믿지 않을 터이다). 실망하고, 실망하고, 혐오하면서도, 다시 희망을 걸었다가, 떠날 것이다. 다들 그런 것 아니겠는가.
 
5.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반복하건대) 이렇게 쓸데없이 장황하고 읽어 쓸데 없는 문자 따위를 끝끝내 읽어내고마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나는 (혹은 당신들은)생각해버린다. 그 쓸데 없는 망상이 정신승리법으로 돌아가버리고 말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다들 그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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